우선, 사람을
Doopyo Lee
3:08비어 있는 하늘 아래, 앙상한 산 위로 배시시 번지는 연초록 빛의 속삭임 숫처녀의 수줍은 마음처럼 소롯이 새 생명이 움트네 슬픈 손가락이 기억에 젖어 버릇처럼 번호를 눌러 보지만 허공 속 맴도는 너의 목소리 어디에도 닿지 못하네 봄이 오면 벚꽃 아래 서서 너와 술 한 잔 나누던 그날 남은 우리, 너의 이름을 불러 그리움을 삼켜내리 떠나간 너의 가벼운 발걸음 무거운 육신 벗어 던지고 바람 없는 봄날에 남겨진 우리 허전함 속에 널 떠올리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날 미련스레 너를 불러 보겠지 사라져 간 시간 속에 머물던 너 이제는 혼자만의 기억이네 허공에 흩어진 너의 흔적을 꽃잎 사이로 느껴보려 하지만 바람조차 멈춘 이 고요한 순간 너는 어딘가에서 웃고 있을까 봄이 오면, 남아 있는 우리 혼이나마 너를 불러보리 벚꽃 아래 울리는 이름 하나 그리움으로 살아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