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걷자
김창완
3:49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바람의 편지처럼 흩어지는 피아노 소리 아기손으로 만져 봤던 장난감 피아노 몸으로 스며들던 그 소리 추억을 부르는 바이올린 내게 여신이었지 그녀는 환상이 그녀를 지켜주었지 웃을 때마다 움직이던 입술의 점을 보았지 눈을 마주칠 용기가 없었으니까 시간은 모든 것에 무관심했지만 추억을 부스러기로 남겼지 가끔은 생각이나 지나온 날들이 그 시간들이 남의 것 같아 조금만 더 젊었으면 거리의 불빛들이 아마 아늑해 보였을 텐데 공원에 앉아 있었지 흘러가는 사람들 별은 점점 더 밝아지고 나이 든 여자가 다가와 앉아도 되냐고 물었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어 끈이 풀린 신발 위에 오래된 바이올린 그년 퀼트 가방을 메고 있었지 그렇게 우린 만났어 세월의 흔적처럼 노인의 벤치에 앉아서 날 보고 빙긋 웃었지 나도 그녈 보고 웃었어 주름을 볼 용기가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