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지는데
김경남
3:25손끝이 아려왔어 밤새 할말이 참 많아서 돌아누운 네 등위에다 손가락으로 긴 편지를 썼어 네가 깨면 떠나갈 자신이 없어 단추가 떨어졌어 네가 꿰매준 옷깃에서 벌컥 이별이 실감나서 굵은 눈물이 또 떨어졌어 자꾸 발이 안 떨어져 난 어떡해 정말 미안해 이것밖에는 나 안되는 못난 놈이라서 아파도 아파도 사랑해서 눈물이 흘러도 행복해서 그래서 괜찮아 나는 너를 만나서 네 사랑 받았던 남자니까 사랑도 사치였어 나와는 어울리지 않았어 맞지 않은 옷 구두를 거치듯이 점점 날 옥죄어 왔어 네게 해줄게 없는 난 내가 싫었어 제발 약속해 잘 살아 준다고 네 남은 행복을 위해서 아파도 아파도 견더내줘 추억도 힘들면 미워해줘 내가 널 떠난게 얼마나 잘 한건지 시간이 흐르면 알테니까 아는거니 애써 잠든체 하는거니 작은 니 어깨가 왜 들썩이고 있는지 햇살에 드러난 네 베개가 왜 젖어 가는지 네 속눈썹이 왜 떨리는지 또 입술을 깨무는지 아파도 아파도 사랑해서 눈물이 흘러서 행복해서 그래서 괜찮아 나는 너를 만나서 네 사랑 막았던 남자니까 시간이 흐르면 알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