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가락 (1)
이희완
9:37아~ 어이야 아니 놀진 못하리라 공도(公道)라니 백발(白髮)이오 면(免)치 못할 건 죽음이로다 천황(天皇) 지황(地皇) 인황(仁皇)씨며 요순우탕(堯舜禹湯) 문무주공(文武周公) 성덕(聖德)이 없어 붕(崩)했으며 말 잘하는 소진(蘇秦) 장의(張儀)도 육국제왕(六國諸王) 다 달랬으나 염라대왕(閻羅大王)은 못 달래고 한 번 죽음을 못 면했으되 그러하신 영웅(英雄)들은 죽어 사적(史跡)이라도 있건마는 초로(草露)같은 우리 인생은 한번 아차 죽어지면 움이 나나 싹이 나나 명사십리(明沙十里) 해당화(海棠花)야 꽃진다 잎진다 설워 마라 명년 삼월 봄이 오며는 너는 다시 피건마는 우리 인생은 한번 늙으면 다시 젊긴 어려웁구나 오호(嗚呼)! 한 평생(平生) 허무(虛無)하구나 인생백년(人生百年)이 꿈이로다 우연히 길을 갈 적에 이상한 새가 울음을 운다 무슨 새가 울랴마는 적벽화전(赤壁火戰)이 비운(悲運)이라 하야귀귀 진터를 보고 설리(서럽게) 통곡(痛哭)하는 모양 사람의 인정(人情)치고는 차마 어찌 가이없구나 이 후(後)에 임 만나보면 후회막급(後悔莫及)이 잊어질거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자 좋아 아니 놀진 못하리라 얼씨구나 지화자 좋아 아니 놀진 못하리라 서산(西山)에 해 기울고 황혼(黃昏)이 짙었는데 안 오는 임 기다리며 마음을 조일 적에 동산(東山)에 달이 돋아 왼 천하(天下)를 비춰있고 외 기러기 홀로 떠서 짝을 불러 슬피우니 원망스런 우리 임을 한없이 기다리다 일경(一更), 이경, 삼사오경(三四五更) 어느 덧이 새벽일세 추야장(秋夜長) 긴긴 밤을 전전불매(輾轉不寐) 잠 못들 제 상사일념(相思一念) 애타는 줄 그대는 아시느뇨 둘데없는 이내 심사(心思) 어디다가 붙여볼까 차라리 잊자고해도 욕망이난망(慾望而難望)이냐 차마 진정(眞情) 못 잊겠구나 오호! 한 평생 허무하구나 인생 백년이 꿈이로구나 구(鷗)야, 구(鷗)로구나 백구(白鷗), 백구, 백구로구나 백구야 날질 말어라 내가 널 잡을 내 아니다 성상(聖上)이 버렸음에 너를 좇아 여기 왔노라 강상(江上)에 터를 닦고 기산영수(箕山潁水)를 알려주고 나물먹고 물을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가 이만하며는 넉넉헐거나 일촌간장(一寸肝腸) 맺힌 설움이 부모님 생각 뿐이로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자 좋아 아니 놀진 못하리라 만리장공(萬里長空) 하운(夏雲)이 흩어지고 무산십이지봉(巫山十二之峰) 월색(月色)도 유정(有情)터라 임이라면 다 다정(多情)하고 이별(離別)이라고 다 슬프냐 이별말자 지은 맹서(盟誓)를 태산(太山)같이 믿었더니 태산이 허망(虛妄)이 무너질 줄 어느 가인(佳人)이 알어줄거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자 좋아 아니 놀진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