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꺼두고

알람이 울렸는데
난 그냥 꺼버렸어
딱히 일어나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은데

햇빛은 들어왔고
핸드폰은 옆에 있었는데
메시지는 없었고
그래서 보기 싫었어

누가 뭘 물었으면
나도 대답했을까
근데 아무도
아무 말도 안 묻더라

알람 꺼두고
그냥 누워 있었어
창문은 닫았고
음악도 안 틀었고
그냥 조용했어

알람 꺼두고
그냥 누워 있었어
아무것도
느껴지지도 않았고
딱히 슬프지도 않았어

아침도 안 먹었고
커피도 안 땡기고
갑자기 어디든
나가고 싶긴 했는데

밖에 나가면
누굴 마주칠까봐
너를 마주칠까봐
괜히 더 누워버렸어

누가 찾아왔으면
나도 일어났을까
근데 아무도
찾아오지는 않더라

알람 꺼두고
그냥 누워 있었어
창문은 닫았고
음악도 안 틀었고
그냥 조용했어

알람 꺼두고
그냥 누워 있었어
아무것도
느껴지지도 않았고
딱히 슬프지도 않았어

하루가 이렇게
그냥 지나가도 되는 건가
살짝 그런 생각은 들었어

근데 몸이 안 움직이더라
마음도 멈춰있는
이런 느낌

알람 꺼두고
그냥 누워 있었어
할 일도 있었고
가야 할 데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안했어

알람 꺼두고
그냥 누워 있었어
안한게 아니고
사실은 못 한거지
그래서 더 멍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