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림지
3:53따가워 피했던 볕 아래 차가운 것들만 찾아댔고 쏟아지던 비만큼 많아진 생각이란 것들에 잠겨있었어 서늘한 바람이 좋아서 무작정 떠나야지 어디로든 부지런하지 못한 나는 그냥 항상 집이었어 매일을 내일 없이 보내고 나니 눈 깜짝할 때마다 바뀌는 길들이 잘 가라고 말을 해 그럼 손 한 번 흔들고 갈게 불볕더위가 끝나고 낙엽 드리운 가을을 맞아 그러다 또 흘러 흘러 결국 찾아온 겨울에 몸을 실어 흐르다 또 꽃이 피는 계절에 맘을 빼앗기겠지 어쩌면 다 순서 없이 결국 찾아올 나의 모든 순간들 차가운 바람이 할퀴면 점점 안으로 들어가기만 포근한 것들만 찾아대며 하얀 세상을 나는 그저 보기만 추위를 이겨내 그런가 더 예쁜 꽃들에 자꾸 눈이 가 그렇게 홀려버린 채 그냥 분홍빛 바람 타고 걸을래 불볕더위가 끝나고 낙엽 드리운 가을을 맞아 그러다 또 흘러 흘러 결국 찾아온 겨울에 몸을 실어 흐르다 또 꽃이 피는 계절에 맘을 빼앗기겠지 어쩌면 다 순서 없이 결국 찾아올 나의 모든 순간들 네 개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나 작아 예쁘기만 하진 말자 결국 흘러 흘러 돌아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