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램
토이
4:57난 아직 그 동네를 지날 때마다 니 생각이 나 조그만 가게에 걸려있던 인디언 블루빛의 목도리 넌 나에게 말은 안 했지만 너의 표정에서 난 읽을 수 있었나 봐 쇼 윈도우에 비쳐진 또다른 너의 얼굴은 마치 장난감 가게 속을 구경하는 아이의 표정 같았지 이내 부끄러워졌어 가난하기만 했던 나의 스물 두 살 그 시절 지금 니 옆에 나 아닌 또다른 근사한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에 화도 났지만 그럴 때마다 혼잣말로 네게 말했었지 언젠가 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꼭 만들어줄게 한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어 허름한 곳에서 연주도 하며 내 마음에 안 드는 음악도 하며 하지만 난 한없이 행복하기만 했어 넌 나에게 있어 음악보다 더 소중한 존재였고 널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리고 널 위한 선물을 살 돈이 조금씩 조금씩 모이기 시작할 때마다 난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을 했고 밤잠을 설쳐대며 너의 모습을 그렸었지 근데 넌 조금씩 지쳐만 갔어 하지만 선물을 네 품에 안겨다줄 땐 그래 넌 분명히 웃고 있을 거야 쓸데없는 고민으로 며칠 밤을 새워버렸지 어떤 말을 하면서 줄까 아무 말 없이 그냥 주는 게 더 좋을까 그땐 그게 그렇게 내게 있어서 중요한 거였나 봐 아직도 난 잘 모르겠어 어떻게 가방 속 선물을 꺼낼 생각도 못 했을까 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이 되어 버렸고 그리고 가장 큰 선물은 그렇게 떠나가는 널 그냥 멀리서 지켜보는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