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
도노
3:39딱히 무슨 날도 아닌데 네가 웃는 걸 보고 괜히 따라 웃었어 그게 다였어 말 많은 하루였는데 너랑 얘기할 땐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았어 별 거 아닌 것들이 기억에 오래 남더라 그날 입은 니트 햇살 같은 말투 딱히 이유는 없는데 너랑 있으면 괜히 좋았어 웃기지도 않은 얘기에도 내가 웃고 있었어 별 의미 없는 하루였는데 너 하나로 괜찮아졌어 그게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버스 창밖 풍경처럼 지나가는 순간들 그 안에서 너만 유난히 또렷했어 네가 뭐 좋아하는지 나도 모르게 외우게 돼 신기하지 그냥 그런 게 좋았어 조금은 어색했던 처음보다 더 편해져 너랑 걷는 길이 조금 느려도 좋아 딱히 고백은 안 했는데 너도 알 것 같아 조심스레 말 안 해도 전해지는 마음들이 있잖아 누가 보면 별일 아닌데 나에겐 그게 전부였어 그냥 그런 네가 참 고마웠어 가끔은 너도 나랑 같은 생각 할까 아니면 그냥 친구쯤일까 딱히 확신은 없는데 왠지 너도 날 좋아하는 것 같아 괜히 혼자 기대하게 돼 오늘도 너랑 있다 보면 날씨보다 니 기분이 더 먼저 느껴지거든 그게 뭐였는지 말 안 해도 됐어 그냥 너여서 괜히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