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에는
구인모
4:07사랑이 끝난 자리에 바람 한 줄기 앉아 조용히 내게 말을 건넨다 괜찮아 여기가 끝은 아니야 눈물로 적신 오후에도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꽃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피어나 그리움 속에 나는 조금씩 나를 되찾아 사랑이 끝난 그 자리에도 새로운 사랑은 날 기다려 눈물 속에도 숨겨진 따뜻한 봄이 피어나고 길모퉁이 고양이도 익숙한 하루를 살아낸다 그리움은 가끔 다시 찾아오겠지만 그건 슬픔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증거일 뿐 어쩌면 내일 아니면 언젠가 또 다른 미소가 내게 다가와 내 이름을 부를지도 몰라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자리를 예쁘게 정리한다 다시 사랑이 찾아올 수 있도록 사랑이 끝난 자리는 텅 빈 듯 보이지만 그 틈 사이로 새로운 계절이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