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떠 있는 별이 아니라 떨어지는 별이 되고 싶었어
Namulbi
4:20사라지고 싶은 하루야 내가 없으면 더 나을까? 지우개가 되고 싶어 조용히,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 뒤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잖아 책임 같은 건 늘 발목을 붙잡아 쓸데없는 망상이 자꾸 날 물들여 지우개가 되고 싶어 아무 흔적도 없이 그냥 조용히 사라지고 싶어 사랑 같은 건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어 그저 미움 받기 싫었던 거야 사라지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그조차 민폐일까 봐 또 망설이게 돼 차라리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게 편했어 기억도, 책임도, 표정도 모두 어른들의 것이었으니까 지우개가 되고 싶어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고 싶어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희미해지고 싶어 기억에도, 기록에도 남지 않는 존재로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세상이라면 지우개가 되고 싶어 끝도 시작도 없이 그저 사라지고 싶어 나만 사라지고 세상은 그대로 웃어주면 돼 그거면 충분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