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가 되고 싶어
Namulbi
3:05그림자처럼 스쳐간 내 목소리는 기억나지 않겠지 교실 책상 옆 낙서처럼 누군가 지워버렸을 테니까 웃고 떠들던 그 하루도 다 지나면 흔적도 없겠지 나는 네 시간 속 어디쯤 묻혀 있는 걸까? 잊힌다는 건 말이지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같아 그 사실이 왜 이렇게 무서울까, 나도 모르겠어 지워진 낙서처럼 기억되지 않는 사람이 되긴 싫어 잠깐 머물렀던 풍경처럼 흐려지고 싶지 않아 기억해달라고 말할 용기는 없지만 적어도 너의 마음 어딘가 작은 점 하나라도 되고 싶었어 별 의미 없던 말투 되새기며 걷는 길 위에서 아무 일도 아닌 일들이 내겐 아직도 선명해 너는 잊었겠지, 그날의 구름도 내가 했던 말도 내겐 다 이유가 있었는데 그건 나만 아는 이야기 사소한 순간들이 왜 이리 오래 남을까 그 안에서 나 혼자 계속 대답을 기다리고 있어 지워진 낙서처럼 되돌릴 수 없는 말들이 많아 그땐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줄 알았어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워질까 봐 더 두려워 네 기억 속에 한 페이지라도 차지하고 싶었어 어쩌면 나란 존재는 너에게 별 의미 없었을까 그래도, 그래도 내가 여기에 있었다는 걸 지워진 낙서처럼 너의 마음에서 흐려지지 않길 잠시라도 빛났다면 그걸로 괜찮다고 말해줄래? 잊혀져도 좋아 단지 존재했다는 걸로 나라는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