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

내가 먼저 말하면
넌 한참 있다가
비슷한 말로
돌려서 대답했지
어색한 건 아닌데
뭔가
진심은 아닌 느낌
그때도 좀 이상했어
이게 사랑이라면
조금은 어울려야 하잖아
근데 우린
늘 같은 말도
다르게 들렸지
받아쓰기
내가 준 마음을
넌 그냥 받아쓰는 느낌이었어
뜻은 몰라도
맞게 써야 할 것처럼
받아쓰기
사랑도 정답이 있는 줄 알고
억지로
맞춰 적는 너를 보면서
나만 진짜였나 싶더라
기분이 안 좋다고 하면
왜? 가 아니라
아 그래...
하고 끝나버리는 대화
기대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이게 괜찮은 건지도
잘 모르겠더라
그 날도
내가 좋아한다고 했을 때
네 표정
기억나
좀 멀어졌던 것 같아
받아쓰기
내가 준 마음을
넌 그냥 받아쓰는 느낌이었어
뜻은 몰라도
맞게 써야 할 것처럼
받아쓰기
사랑도 정답이 있는 줄 알고
억지로
맞춰 적는 너를 보면서
나만 진짜였나 싶더라
사랑은 그냥
서로 흘러가는 거라던데
우린
한 명이 쓰면
한 명은 외우고 있었지
그게 다였던 것 같아
지금 와서 보면
받아쓰기
내가 준 마음을
넌 그냥 받아쓰는 느낌이었어
진짜 감정은
종이 바깥에 있었고
받아쓰기
그땐 왜 몰랐을까
눈빛보다
정답 맞히는 게
더 바빠 보였던 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