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지지 좀 마
Notsong
3:50출근길엔 비가 왔다 우산은 버스에 두고 내렸다 커피는 식고, 일은 쌓였다 누군가 웃는데, 난 그냥 앉아 있다 점심은 대충 김밥 한 줄 대화는 일 얘기뿐이었다 무표정한 얼굴, 멍한 눈빛 그냥 그런 하루를 지나왔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게 오히려 다행 같았다 별 의미는 없었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 오늘을 버텼다 그게 전부인 날도 있다 이유는 몰라도 끝까지 버텼다 대단하지 않아도 분명한 건 난 오늘을 버텼다 퇴근길엔 불빛이 많다 다들 나보다 나은 것 같다 집 앞 편의점에서 맥주 하나 사들고 천천히 걸었다 뉴스는 시끄럽고 세상은 빠르다 나는 그냥 따라가기에도 바쁘다 꺼져있는 방안 불을 켜지도 않고 그냥 누워본다 별일은 없었다 그래도 오늘이 있었다 조용히 눈을 감으며 스스로를 토닥인다 오늘을 버텼다 그게 전부인 날도 있다 이유는 몰라도 끝까지 버텼다 대단하지 않아도 분명한 건 난 오늘을 버텼다 세상이 몰라도 괜찮다 이건 내 싸움이다 넘어지지 않고 조금씩 그냥 앞으로 나아간다 오늘을 버텼다 그게 전부인 날도 있다 대단하진 않아도 이건 분명히 살아 있다는 증거다 작은 한숨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여기 있다 오늘을, 버텼다